제13회 아산의학상 기초의학부문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원재 교수
인간의 장 속에는 수조 개의 미생물, 즉 세균이 존재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장내 세균과 생명체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선도해 온 의과학자가 있다.
제13회 아산의학상 기초의학부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로 질병치료와 영양실조에 의한 저성장증 어린이 성장촉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원재 교수
지질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과학에 관심을 두게 된 이 교수.
생명 현상을 밝히는 기초학문인 생물학에 이끌려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된다.
장에 서식하는 많은 세균에 흥미를 느끼며 2000년 초반부터 연구에 몰두해 온 그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단서를 찾아낸다.
사람의 장은 유익한 세균과 나쁜 세균들이 끊임없이 싸우며 균형을 이룬다.
이러한 장 내 세균들이 만들어 내는 생태계를 ‘마이크로바이옴’이라 부른다.
[이원재 교수 인터뷰]
우리 몸의 모든 장기들은 세균과 접촉을 하면 염증 반응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장은 수조 개의 세균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염증 반응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인간의 장은 세균들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과학적 호기심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교수는 2005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장 세포는 장내 나쁜 세균을 없애기 위해 활성산소를 만들고, 이 활성산소는 세균의 DNA를 손상시켜 나쁜 세균을 죽인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리고 후속 연구를 통해 장 세포가 어떻게 유익한 세균을 보호하고, 장내 유익한 세균과 나쁜 세균을 어떻게 구별하는지를 규명하며 생물학계에 풀리지 않은 숙제였던 장내 세균,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추적 역할들을 속속 밝혀냈다.
또한 마이크로바이옴이 불균형을 이루게 되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이원재 교수 인터뷰]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가 아토피, 알레르기, 천식, 비만 등 현대인이 많이 겪는 질병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를 막고 건강하게 유지하고 가꾸는 일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 교수는 장내 세균이 생명체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익한 장내 세균이 성장호르몬의 합성을 촉진해 성장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실험적 모델로 증명한 것이다.
[이원재 교수 인터뷰]
이와 같은 현상은 초파리뿐 아니라 생쥐에서도 관찰되며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생명체와 장내 세균의 상호작용 원리를 규명해 온 이 교수의 연구는
셀, 사이언스 등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에 게재되며 그 우수성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Paul Brey 교수 인터뷰]
그는 지식, 독창적 아이디어, 에너지, 연구성과 측면에서 매우 뛰어났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간 후 그의 연구는 아주 성공적이었고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세계적인 리더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의 지도교수였지만 이제 이원재 교수가 저의 교수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선두에 서 있는 연구자 중 한 사람인
이원재 교수.
그는 현재까지 얻은 연구 결과로 질병 치료에 한 걸음 다가설 계획에 있다.
[이원재 교수 인터뷰]
전 세계 어린 아이들 4~5명 중 한 명, 23%의 어린이가 영양실조에 의한 저성장증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성장촉진 효과가 있는 장내세균을 이용하여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계획을 하고 있는데요.
연구실의 기초연구 결과를 실제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적용해 보는 것이 저희 연구진의 앞으로의 계획이자 바람입니다.
유일한 취미가 산책이라는 이원재 교수...
호기심이 이끄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듯 생명 현상의 비밀을 밝히는 그의 사색은 계속될 것이다.